새 식구
즐거운 소식이 있다.
우리 집에 새 식구가 들어온 소식이다.
어릴 적부터 강아지 키우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었는데 어머니의 반대로 포기했는데 이번 설에 외갓집의 말티즈를 보며 생각이 조금 바뀌셨는지 금요일 저녁에 집 근처 강아지 분양샵에 문닫기 한 시간 전에 가서 갑작스럽게 부랴부랴 데려왔다. 어머니의 결단력에 나도 조금 놀랐고 갑작스럽게 데려와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일단은 기뻤다.
분양샵에 가자마자 눈에 들어온 아이였다. 분양샵에 들어오자마자 일어서서 문을 긁어대며 나를 반겨줬다. 자신을 데려간다는 것을 자기도 알고 있다는 듯이 다른 아이들은 다 자는데 혼자만 깨서 나를 보고 있었다.
첫 날에는 밤이기도 했고, 적응이 필요한 때라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살펴보았다. 거울을 보고 처음 봤는지 놀라기도 했다. 아직 4개월도 안된 아기라서 호기심이 많은 듯 했다. 강아지한테 필요한 물품이 별로 없었기에 집 앞 홈플러스에서 사료나 쿠션 등 필요한 것들을 샀다. 그런데 정작 제일 중요한 울타리가 없어서 첫 날에는 급한데로 화장지 세트를 벽으로 삼아 내 방 책상밑에 패드와 쿠션을 깔고 하룻밤을 보냈다. 낑낑거려서 못 잘 줄 알았는데, 불을 끄면 자야하는 걸 아는지 금방 잠들어서 생각보다 잘 잤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매장이 문을 열자마자 울타리와 다른 용품들을 사왔다.
조금 적응된 후에는 엄청나게 돌아다니고 엄청나게 핥아댔다. 사람 자체를 좋아하는지 가족 모두에게 앵겨서 재롱을 부렸다. 확실히 인싸기질이 있는 것 같다. 외출을 할 때도 울타리에 장난감과 같이 넣어 놓으면 사람이 없다고 울기는 커녕 장난감 가지고 놀거나 아니면 금방 잠들어서 혼자 두기에도 편하다. 그래도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 외로움을 탈 수도 있어서 최대한은 같이 있어주려고 한다.
종은 포메라니안, 성별은 여자
이름은 포메라니안의 앞 두글자 포메에서 따서 '뽀미'라 지었다.
그런데 아직 이름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잘 알아듣지는 못한다. 손짓을 하면 멀리 있다가도 곧잘 따라온다.
친척집 말티즈를 돌봐준 경험이 있지만, 제대로 키우는 건 처음이고, 또 어린 강아지를 키우는 건 또 처음이기 때문에 배울 것이 많았다. 강아지 훈련방법을 모아둔 어플도 깔았다.
일단 다른 건 다 제쳐두고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것 같은 배변훈련부터 가르치기로 했다. 배변훈련만 잘 돼있어도 반은 먹고 들어가기 때문이다. 패드에 알아서 올라가게 하는 것까지는 됐는데 자꾸 바닥에서만 싼다. 배운 대로라면 훈련 중에 우연하게 패드 위에다 싸게 됐을 때 폭풍칭찬을 해주라고 했는데 그 한 번을 패드 위에서 안 싸준다... 그래서 패드를 구석에만 깔아 주었다가 깔 수 있는 최대한 깔았는데 세 군데에 싸는 것까지는 성공했다. 배운대로 폭풍칭찬을 해주었지만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한 것 같다. 개마다 다르지만 짧게는 2~3일 만에 가려내는 아이도 있고 길게는 6개월이 지나서야 겨우 가릴 수 있게 된 아이도 있다고 하니 기간을 길게 잡고 교육해보기로 했다. 적어도 개강 전까지는 배변훈련이 완벽하게 되있도록 할 것이다. 그 이후에 '손'이나 '앉아'와 같은 것을 가르칠 것이다. 배우는 것을 보면 적어도 일주일 안에는 끝날 것 같다.
글을 쓰는 지금은 피곤한지 내 옆에서 쓰러져 자고 있다. 자는 모습도 귀엽다. 털뭉치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집안의 분위기를 바꾸었다. 나보다도 아버지가 제일 좋아하시는 것 같다. 데려오기로 마음 먹은 이상 끝까지 책임을 가지고 내 모든 사랑을 주기로 했다. (어차피 당분간 나갈 일도 별로 없고 여친도 없어서 차라리 잘됐다. ㅋ) 취직을 해서 독립을 하게 되면 가능하면 내가 데리고 가서 키울 생각도 있다. 새 식구가 생긴 것도 기쁜 일이지만 블로그에 쓸 소재가 또 생긴 것 같아 좋다.
그럼 앞으로 잘 지내보자 뽀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