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2021.08.22 / 오늘의 일기

기운찬곰 2021. 8. 2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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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쓰는 일기이다.

일요일 아침이지만 7시 반 정도 이른 시간에 일어났다. 오늘 자격증 실기시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씻고 밥먹고 챙길 거 다 챙기고 8시 40분에 고사장에 도착했다. 집근처 고등학교인데 3년 전에 카투사 들어갈려고 토익시험을 쳤던 곳이다.
입구에서 발열체크하고 안내문을 따라 시험장으로 갔다. 시험장으로 가는 길에 토익시험을 치려고 미리 교실에 도착한 사람들도 보였다. 그걸 보니 예전에 토익시험치러 온 생각이 들었다. (2년 지나서 다시 갱신해야해서 나도 다시 올지도 모르지만 ㅋ) 그곳을 지나치고 시험장에 도착했다. 먼저 시험설명을 듣고 자리배치를 받은 다음 문제지를 받았다. 문제지에 있는 도면을 받아서 모델링 프로그램으로 모델링을 한 뒤에 캐드 프로그램으로 해독까지 해서 모델링한 3D한 도면과 2D 캐드 도면 2개를 제출하면 되는 시험이었다. 시험시간은 5시간. 초기 설정도 안된 프로그램 2개만으로 0에서 시작해야하는 시험이라 소요시간도 꽤 걸렸다. 문제지를 받았을 때 잘 나오지 않는 유형이 나왔다. 그래도 거의 시험 전날까지 준비한 거라 그나마 다행이었다. 모델링 해야 하는 부품은 4개였는데 본체는 모양이 워낙 복잡해서 솔직히 운빨이었고(모델링은 간신히 했다) 나머지 2개는 집에서 많이 연습을 해둔거라 순조롭게 했는데 마지막 하나가 내가 지금까지 해봤던 부품과는 완전 차원이 다른 처음보는 문제였다. 도면도 애매하게 나와서 내가 생각하는 게 맞나 싶었다. 일단 시험을 치기 시작하고 어느정도 지나자 수험생 18명 중에 14명 정도가 3시간도 안되서 중간에 기권하고 나왔다. 역시 필기 합격생 중에 실기 합격자가 절반도 안되는 시험다웠다. 어쨌든 어지저찌해서 모델링과 도면해독은 다했다. 모델링에서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지만 그래도 도면해독부분에서는 치수를 많이 넣을 게 별로 없던 부품들이였던지라 다행히 4시간 40분 정도만에 다했다. 20분을 남겨두고 파일 저장된 것까지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프린트를 하러 나갔는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3D 도면은 미리 PDF로 변환해놔서 무사히 뽑았는데 2D 도면이 미리보기 상태에서 선들이 몇 개 안보이는 것이다.
이대로 인쇄하면 올바르게 나오지 않기 때문에 조치를 취해야 했는데 해결방법을 몰라서 헤메고 있었다. 원칙상 인쇄하는 시간은 시험시간에 포함되지 않지만 10분안에 인쇄하지 못하면 실격처리되기 때문에 뭘 잘못했나 다시 처음부터 살펴보고 있었다. 그런데 레이어도 정상적으로 넣었고 색도 맞게 지정했고 선굵기도 완벽하게 했을텐데 미리보기에는 계속 이상하게 떴다. 집에서 분명 이렇게 할 때는 잘 됐었는데 여기서는 왜 안 되지? 컴터 오류인가..? 숨이 턱 막혔다. 결국 10분이 지나고 감독관들도 안쓰러웠는지 10분을 더 줬는데도 결국 난 끝까지 원인은 찾지 못하고 포기하였다. 기권의사를 확인하고 감독관 중 한 분이 내게 뭐가 잘못됐는지 설명해주셨는데 레이어를 설정할 때 인쇄할 때 선이 안 나오게 하는 아이콘을 내가 실수로 잘못 눌러버린 것이었다... 집에서 무리없이 그런 걸 겪어보지 않고 인쇄를 했던 나는 알 수 가 없는 부분이었다. 진짜 허탈했다. 도면까지 시간안에 완벽하게 했는데 부품에서 막히는게 아니라 인쇄 때문에 탈락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5시간의 수고와 약 2달 간의 내 노력을 내 발로 걷어차버린 것이다.. 아무튼 감독관 분들께 인사를 하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시험장을 나왔다. 집에 오면서 발걸음이 이렇게 무거웠던 적은 아마 없던 거 같다. 하다 못해 진짜 어려운 게 나와 손도 대지 못하고 바로 기권하고 나오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다. 유튜브에서 강사가 5시간 새빠지게 해놓고 인쇄 못해서 실격되면 얼마나 억울하겠습니까라는 말이 생각났다. 인쇄하는 방법 공부하면서 설마 저렇게 떨어지겠냐라고 코웃음 쳤었는데 그 주인공이 내가 될 줄은 몰랐다. 집에 와서 진짜 한동안은 허무해서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그냥 누워만 있다가 지금은 좀 괜찮아져서 이렇게 블로그 글을 쓰고 있다.

뭐 1년에 4번이나 있는 시험 올해 아직 1번 남았는데 그 때나 치지 뭐 ㅋ. 생각해보면 두 달간의 내 노력이 허사는 아니다. 그 노력이 없었더라면 이번 시험은 물론이고 다음 시험은 또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이제 내 문제점과 빈틈을 이번 시험을 통해 뼈저리게 알았으니 다음 시험은 똑같은 실수만 반복하지 않는다면 분명히 합격할 것이다. 다음달 시험은 11월 말~12월 초이다. 비록 2학기 기말고사 기간이기는 하지만 감을 잃지 않을 정도만 조금씩 공부한다면 기말고사에 지장없이 여유롭게 합격할 수 있을 거 같다. 인생 살면서 이런 일도 겪을 수 있는 거지, 좋은 경험했다고 생각한다.

우리 집 방울토마토 근황이다. 마지막으로 올린게 5일 전이었는게 불과 5일 전에 이만큼이나 컸다. 진짜 몇시간마다 크는 것 같다. 이틀 전에 또 씨앗 2개가 발아했길래 추가로 심어줬다. 그래서 지금은 새싹이 12개다. 지금 보니 작은 화분에 너무 많이 심은 것 같다. 슬슬 큰 화분을 준비해야겠다. 하루 빨리 수확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럼 오늘 일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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